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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4주 - 장애를 허무는 배려
글쓴이: 정하리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우리 사이에 장애란 없겠죠.”

서울메트로 경복궁역 백정현 역장

 



누구든지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각장애인을 도와주겠다며 덥석 팔을 잡았다가는 오히려 놀라실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직원의 팔을 잡도록 하고, 직원들은 말로 장애물이 있는 곳들을 알려주면서 안내합니다.” 경복궁역 역무원들은 매일 아침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도록 학생이 내리는 지하철 번호 앞에서 기다렸다가 학교 버스를 타는 곳까지 안내한다. 이러한 시각장애인 케어서비스는 현재 서울 전역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2006년 경복궁역에서 자원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경복궁역은 근처에 서울맹학교, 서울농학교, 종로장애인복지관 등이 위치하고 있어 장애인의 외출이 잦고,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복궁이 있는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통 한 역에는 역장을 포함해 4명이 근무를 하는데, 기계 관리에서부터 지하철 내 사건 사고, 분실물 찾기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백정현 역장을 만난 곳도 경복궁역 서비스센터 안이 아닌 지하철 옆이었다. 그는 화재의 위험이 있지는 않은지 시설물을 관리하고, 어떤 사건 사고가 생길지 몰라 긴장하며 계속 역을 순회한다고 했다.

역무원의 일과는 바쁘지만, 2006년 경복궁역에서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역을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서울맹학교를 찾았다. 경복궁역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운 점, 역사 안 조명이 어두운 점,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 설치 등의 의견을 냈다. 서울맹학교는 역에서 먼저 찾아와 의견을 물은 것도 신기했지만, 모두 개선된 것에 더욱 놀랐다. 당시 학교를 찾았던 이재호 역장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장애인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화장실 앞에 유도 안내 음악시스템을 설치했고, 조명을 밝은 것으로 바꾸어 달았으며,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전화를 주면 안내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시각장애인 케어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는 서울 지하철역 전체로 확대되었다.

보통 지하철은 교통수단으로만 인식되어 빠르게 지나다니기 바쁘지만, 경복궁역 안에는 400평 규모의 서울메트로 미술관이 있다. 이전에 정부중앙청사역이었던 만큼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화강암의 웅장함과 아치형의 아름다움이 느껴져 건축미가 뛰어난 역사로 꼽힌다. 역 안에는 신라시대 기마인물형 토기, 해시계, 왕의 행차모습을 조각한 상감행차도 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백정현 역장은 서울메트로 미술관까지 관리하다보니 업무가 더 많지만, 아름다운 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작은 표현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 돼요. 서비스를 받으며 당연하게 생각하기보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줄 때 큰 행복을 느껴요.” 그는 역사에 떨어진 사람을 구했을 때, 여행을 가는 신혼부부의 가방을 찾아 주었을 때, 술에 취한 승객을 업어서 무사히 집까지 안내했을 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고생이 씻겨 내려간 듯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는 계속 무전이 왔고, 앉아있을 틈 없이 역 안을 순찰하는 일을 반복했다. 정시에 지하철이 오고,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이 모든 환경이 누군가 마음을 졸이며 관찰하고 신속히 대처했기에, 또 누군가 그것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따라서 장애를 만드는 것도, 허무는 것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성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