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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주 - 구치소와 별
글쓴이: 정하리

 

구치소와 별



   인생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이 돌이켜보면 축복이 될 때가 있다. 심규보(34)씨도 그랬다. 그는 '구치소' 안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06년 폭행 사건으로 구치소에 송치된 심씨. 10개월간 재판을 받으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났다. 마약 혐의로 들어온 조폭 두목부터 10원짜리 내기 장기를 두다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노인까지. 사연 없는 사람은 없었다. 

"수감자 중에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상대적으로 저는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탄원서를 써 달라고 하나둘씩 찾아왔어요. 탄원서를 쓰다 보니 이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범죄자들의 유년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정이 어렵거나 혹은 깨졌거나, 그 사람을 둘러싼 '지지 환경'이 부족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 사회봉사 240시간으로 풀려난 심씨. 그는 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유년기'를 만져주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다. 처음 찾아간 곳은 다운증후군 재활센터. "저보다 한 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말을 반복하는 거예요. 이분들 수명이 서른 살을 넘기가 어렵거든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심씨는 후천성 뇌전증 환자였다. 학교 수업 시간에 첫 발작을 일으켰다. 그의 나이 열일곱 살이었다. 너무 놀라 오줌을 지렸다. "스트레스 때문에 뇌전증이 온 거라고 하더군요.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춘기에 엄청 방황을 했어요.“ 3일에 한 번꼴로 발작 증세가 나타났다. 3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정신을 잃어 떨어진 적도 있었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심씨. "그땐 뭣도 몰랐어요. 친구가 절단기를 가지고 상가를 터는 걸 그냥 보고 있었어요. 프라모델을 던져줘서 받았는데, 그게 절도가 된 거죠." 심씨는 보호처분을 받아 한 달간 소년원에서 생활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로 전문대에 진학한 심씨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생활을 연명했다. 그리고 또 한 번, 폭행죄로 구치소에 수감된 것. 여자 친구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상대방을 두들겨팼다고 한다.

"처음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불만이 많았어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 문제만 바라보면 답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초점을 돌리니 해답이 보였습니다.” 구치소를 나오자마자 한 대학교의 청소년학과로 편입을 결정했다.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활심리학과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범죄심리사(1), 전문상담사(2), 임상심리 전문가(수료) 등 심리 관련 자격증은 모조리 땄다.

2013년에는 법무부로부터 소년원 출신 성공 인사를 일컫는 '푸르미 서포터즈'로 위촉받았다. "병원에서 임상심리사 수련 중일 때 만난 한 아이는 왕따를 심하게 당한 케이스였어요. 그래서 '약 먹는 것보다 먼저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죠. 그 아이를 1년 동안 만났어요. 어느 순간 '전기를 만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공고에 진학하더니 전교에서 1~2등을 도맡아서 하는 거예요. 이젠 대학생이 됐어요. 요즘에도 전화 와서 말해요. 형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이런 게 진짜 제 월급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놀라운 일은 심씨 본인에게 일어난 변화다. 심할 때는 한 달에 10번까지 발작 증세가 일어났는데 발작이 없은 지 벌써 3년이 넘었다고 한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다스린 이후부터 발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올해 초부터는 '별을만드는사람(이하 별만사)'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며 위기 청소년과 뇌전증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제 이름은 별 규()자에, 도울 보()입니다. 과거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그랬는데, 이젠 이름대로 진짜 별들을 돕고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신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걸 알면,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꼭 말해 줄 것이다. “나도 한때는 문제 많은 아이였어. 그런데 인생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이 돌이켜보면 축복이 될 때가 있더라고. 잊지마! 넌 스타라는 걸.”






인성교육부